'혼자 있는 시간의 힘'을 읽고 디지털 디톡스를 실천한 후기

왜 우리는 조용한 시간 앞에서 불안해지는가?

나는 하루 중 단 한 순간도 스마트폰 없이 지낸 적이 없었다. 출근길엔 뉴스와 유튜브, 점심시간엔 인스타그램, 퇴근 후엔 끝없는 쇼츠와 채팅으로 시간을 보내며 "그냥 쉬는 중"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하지만 어느 날 문득, 나는 내 하루가 너무 소란스럽다는 걸 느꼈다. 스스로 생각할 틈도 없이 정보에 휘둘리고 있었다.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어떤 삶을 원하는지도 모른 채 ‘연결된 상태’를 유지하는 데만 급급했던 나를 발견한 것이다.

그 무렵 읽게 된 책이 바로 '혼자 있는 시간의 힘'(사이토 다카시 지음)이었다. 이 책은 '고독'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스스로 찾아야 할 ‘자기 회복의 공간’으로 바라본다. 사이토는 인간이 지성적으로 성장하려면 반드시 ‘혼자 있는 시간’을 갖고 스스로와 대화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고요함은 주변의 디지털 관련된 것과 거리를 두는 것이라고 말한다. 나는 이 책에서 말하는 ‘고요함의 가치’에 강하게 끌렸고, 실제로 디지털 디톡스를 실천해보기로 결심했다. 단지 정보에서 멀어지는 게 아닌 내 안에 내면에 더 가까워 지는 게 중점이다. 

디지털 디톡스 실천을 위한 환경 설정  나를 방해하던 것들로부터 거리두기

디지털 디톡스라고 해서 거창한 뭔가를 떠올릴 필요는 없었다. 나는 일단 내 스마트폰에서 가장 자주 사용하는 앱 3개를 삭제했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그리고 실시간 뉴스 앱이었다. 사실 삭제 버튼을 누르면서도 불안감이 컸다. 

그래서 나는 스마트폰을 아예 거실에 두고,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폰을 보는 습관부터 끊기로 했다. 대신 아침 30분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커피를 마시며 창밖을 바라보거나, 조용히 앉아 명상을 해보기도 했다. 처음 며칠은 손이 근질거리고 심리적으로 불안했다. 마치 ‘소셜 금단현상’이라도 겪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일주일쯤 지나자 내 뇌에 진짜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느꼈다. 혼자 있는 시간에 익숙해졌고, 혼자 있는 시간이 점점 편안해지고 행복했다. 

디지털 디톡스 중 가장 놀라웠던 건, 작은 생각의 목소리가 다시 들리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정보의 소음에 묻혀서 무시되던 감정이나 아이디어들이, 조용한 공간 속에서 다시 떠올랐다. 그중엔 아주 사소하지만 나를 미소 짓게 한 기억도 있었고, 해결되지 않은 불편한 감정도 있었다. 나는 그것들을 다시 하나하나 마주하게 되었다. 디지털 기기를 멀리하는 것이 단순한 불편함을 감수하는 일이 아니라, 마음의 밀도를 높이는 일이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디지털 자극이 사라진 일상 보내는 시간의 농도가 달라졌다 

디지털 디톡스를 시작한 지 2주쯤 지나자 시간의 흐름이 다르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하루가 빨리 가버렸고, 쉬는 날도 유튜브와 SNS로 보내며 ‘시간을 죽인다’는 표현을 썼다. 하지만 디지털 자극에서 벗어나자 시간이 오히려 나를 채워주는 감각을 느끼게 되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10분이 이렇게 길게 느껴질 줄은 몰랐다. 처음엔 낯설었지만 곧 그 고요함이 좋았다.

종이에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렸다.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지 않자 산책길이 달라졌고, 귀로는 자연의 소리가, 눈으로는 평소에 놓치던 작은 풍경들이 들어왔다. 디지털 없는 일상은 마치 촘촘히 짜인 직물 같았다. 느리게 흘러갔고, 그 속에서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디지털과 멀어지고 자연에 더 친숙해지니 저절로 마음이 평화로워졌다. 
또한 감정 소모가 줄었다. 실시간 댓글, 팔로워 수, 타인의 여행과 소비를 비교하느라 생기던 불필요한 피로감이 사라졌다. 나도 모르게 생기던 타인 중심의 시선이 줄어들자, 내 감정이 훨씬 더 평온해졌고, 나만의 기준을 회복하게 되었다.

책 속에는 “혼자 있는 시간은 스스로에게 돌아가는 시간이다”라는 문장이 있다. 내가 실제로 몸소 체험을 하다보니 이 문장은 내게 가장 인상깊은 문장이 되었다. 스마트폰이 멀어질수록 나는 나에게 가까워졌다. 나는 비로소 나라는 공간 안에서 쉴 수 있게 되었다.

내가 만든 습관과 지속 가능한 고독의 힘

디지털 디톡스를 완전히 끝내고 나서도 나는 모든 앱을 다시 설치하지 않았다. 대신 디지털을 완전히 끊기보다 ‘절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예를 들어 SNS는 주말에만 접속하고, 유튜브는 PC에서만 보도록 했다. 스마트폰 화면은 흑백 모드로 바꿨고, 홈 화면에는 메모 앱과 캘린더, 독서 앱만 남겼다. 디지털 절제 루틴을 정하고 지키다 보니, 디지털 기기와의 관계도 건강해졌다.

혼자 있는 시간은 여전히 낯설 때도 있고, 가끔은 지루하다. 그러나 이제는 그 시간을 피하지 않는다. 사이토 다카시는 고독은 단절이 아니라 자립이라고 말했다. 그 말처럼, 나는 이제 혼자 있는 시간 안에서 내 감정을 정리하고, 내 계획을 구상하고, 내 마음을 돌보는 방법을 배워가고 있다. 고독은 더 이상 쓸쓸한 단어가 아니다.
지금은 일주일에 하루, ‘디지털 사일런스 데이’를 만들었다. 그날은 SNS, 유튜브, 뉴스 등 모든 디지털 자극을 끄고, 오직 종이책과 산책, 손글씨만으로 하루를 채운다. 처음에는 불편했지만, 지금은 그 하루가 한 주의 중심축처럼 느껴질 정도로 소중하다.

이 책은 단순한 자기개발서가 아니라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심리적 면역력’을 키워주는 안내서였다. 이 책을 통해 외부에 있는 타인의 시선과 정보보다 스스로에게 집중하는 사람이 되는 법을 조금씩 배우고 있다.

디지털 디톡스는 고요하게 나를 회복하는 방법이다

'혼자 있는 시간의 힘'을 통해 시작된 디지털 디톡스는 나의 하루, 나의 감정, 나의 인간관계를 바꾸는 큰 전환점이 되었다. 디지털은 물론 현대인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도구이지만, 동시에 우리의 집중력과 감정 에너지를 끊임없이 소모시키는 요소이기도 하다. 그 사실을 깨닫고 나서, 나는 내 시간을 더욱 신중하게 사용하게 되었고, 타인의 속도에서 벗어나 나만의 호흡으로 사는 법을 배워가고 있다.

고요함은 처음엔 어색하다. 그러나 그 안엔 분명히 내가 있어야 할 자리가 있다. 결국에는 모든 인간은 외부에 눈을 돌리다가도 언젠가는 내면과 마주해야 할 경우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 때가 언제가 될 지 모르니 미리 준비 해야한다. 
만약 당신도 요즘 하루가 유난히 피곤하고, 감정이 산만하고, 생각이 흐려지는 느낌이 든다면, 이 책과 함께 조용한 시간의 힘을 느껴보길 바란다. 그 시간은 당신을 다시 당신 내면의 중심으로 데려다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