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후기

'죽음에 관하여'를 읽고 인생의 우선순위가 바뀌다

goods1214 2025. 6. 25. 12:08

죽음을 직면했을 때 비로소 보이는 것들

우리는 늘 무언가에 쫓기며 살아간다. 해야 할 일, 지켜야 할 약속, 잊지 말아야 할 일정들 속에서 하루를 보내고 나면, 내가 원했던 삶은 온데간데없고 피로만 남는다. 바쁘게 사는 것이 곧 잘 사는 것이라는 착각 속에서, 나는 어느 날 문득 ‘왜 이렇게 사는 걸까?’라는 질문 앞에 멈춰 섰다. 그때 우연히 접한 책이 바로 셸리 케이건의 '죽음에 관하여'였다. 철학자인 저자는 이 책에서 죽음이라는 주제를 다양한 각도에서 해석하며 우리에게 아주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그리고 더 중요한 질문, "그렇다면, 지금 당신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

죽음을 단지 ‘두려운 끝’이 아닌 ‘삶의 반대편에 있는 거울’로 인식하는 순간, 나는 나의 하루, 나의 일상, 나의 우선순위가 완전히 재정립되기 시작했다. 이 글은 그 변화의 과정을 기록한 것이다. 단순한 독서 후기가 아닌, 책의 사유를 실제 삶에 적용하면서 겪은 감정, 행동, 우선순위의 변화에 관한 이야기다. '죽음에 관하여'는 내게 죽음을 직면하는 법뿐만 아니라, ‘무엇이 정말 중요한가’를 되묻는 삶의 방식을 가르쳐준 책이었다.

 

독서후기_죽음에 관하여를 읽고 느낀점

 

바쁜 일상 속 무의미한 루틴에 대한 자각

『죽음에 관하여』를 읽기 전까지 나는 늘 "지금은 이래야 해", "이것부터 끝내고 생각하자"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아침 7시에 일어나 메일 확인, 미팅 준비, 급한 업무, 점심도 건너뛸 때가 많았고, 퇴근 후에는 멍하니 유튜브를 보거나 SNS를 훑다 하루를 끝내는 것이 일상이었다. 그 루틴 속에는 ‘나를 위한 시간’은 거의 없었고, 단지 일정에 떠밀려 존재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래서 삶의 의미가 없는 사람인 것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죽음에 관하여』에서 “죽음은 인생이 갖는 유일한 필연이다”라는 구절을 읽는 순간, 지금 내가 반복하는 루틴이 만약 내 생의 마지막 하루라면, 이대로 괜찮을까?라는 질문이 마음 깊숙이 들어왔다. 그 질문은 생각보다 강력했다. 하루를 무작정 바쁘게 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정말 중요한 것은 그 하루가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사용되고 있는가였다.

그날 이후, 나는 내가 매일 하고 있는 행동들을 점검하기 시작했다. 하루 30분 이상 소비하던 SNS 사용 시간, 무의식적으로 체크하던 메일, 누군가의 요청에 자동 반응하던 행동들… 이 모든 것이 꼭 필요한 것이었는지를 하나하나 따져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첫 번째 변화는 ‘무조건 바쁘게 사는 습관을 멈추는 것’이었다. 이제는 하루에 단 2시간이라도 의식적으로 보내는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가 되었다. 정말 내 삶의 중요한 깨달음이었다. 그렇게 나는 점점 변화하게 되었다. 

 

‘급한 것’보다 ‘중요한 것’으로의 이동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이 나도 그동안 ‘급한 것’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아왔다. 상사의 보고 요청, 당일 마감 자료, 즉각 응답이 필요한 메시지 등은 눈앞에 보이는 것들이었기에 항상 먼저 처리해야 할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죽음에 관하여』는 내게 묻는다. "지금 하는 이 일이 당신의 삶 전체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나는 이 질문에 도무지 대답할 수 없었다.

그래서 업무 루틴과 개인 일정 전반을 다시 살펴보았다. 반복되는 급한 일 처리보다, 내가 삶에서 중요하다고 여기는 가치들을 중심으로 하루를 설계하는 방법을 택했다. 예를 들어, 나는 ‘배움’과 ‘기록’을 중요한 가치로 여긴다. 그런데 정작 바쁜 하루 속에서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시간은 점점 줄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출근 전 30분을 ‘기록 타임’으로 지정하고, 점심시간 일부를 활용해 ‘독서 타임’을 만들었다. 놀랍게도 그렇게 확보한 짧은 시간들이 내 하루의 만족도를 극적으로 끌어올렸다.

또한 인간관계에서도 같은 원칙을 적용했다. 단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만남, 피로감만 남는 대화, 의무감에서 오는 연락은 줄였다. 대신 정말 소중한 사람과의 시간을 더 자주, 더 깊이 있게 가져가자는 결심을 했고, 실제로 주 1회 가족과 식사하며 나눈 대화들이 이전보다 훨씬 진실하고 풍성해졌다. 이런 변화들은 전부 『죽음에 관하여』에서 시작된 질문 하나, “당신의 시간은 누구의 것인가?”에서 비롯되었다.

 

삶의 중심을 회복하는 ‘죽음 생각하기’ 루틴

『죽음에 관하여』를 읽고 난 뒤, 나는 하루에 단 몇 분이라도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이 말은 무섭게 들릴 수 있지만, 실제로는 전혀 반대였다. 하루의 시작이나 끝에 “만약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면 무엇을 할 것인가?”를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루틴은 오히려 내 삶을 더 선명하고 의욕적으로 만들었다.

예를 들어, 그날 일정 중 마음이 내키지 않는 약속이 있다면 “내가 정말 이걸 하고 싶어서 하는가?”를 물었다. 업무에서도 “이 업무가 내게 성장의 기회를 주는가, 아니면 단지 버티는 일인가?”를 자문했다. 그렇게 하나하나의 행동과 선택을 점검하다 보니 삶의 중심이 ‘나’에게로 돌아왔다.

이 루틴은 매일 아침 나를 앉히고 생각하게 만들었고, 아침 10분 명상이나 짧은 다이어리 쓰기를 통해 스스로에게 삶의 방향을 묻는 습관이 생겼다. 가장 큰 변화는 삶을 소비하는 방식이 아니라, 삶을 창조하는 방식으로 살아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일상이 단조롭다고 느껴질 때조차 “이 순간을 마지막처럼 진심으로 살아보자”는 태도를 유지하게 되었고, 이는 나의 성격과 감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죽음을 직면할 때, 삶이 명확해진다

『죽음에 관하여』는 나에게 철학책이라기보다는 삶의 나침반이었다. 단순히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넘어서서, 지금 이 순간을 어떻게 살아야 후회가 없을지를 되묻는 도구가 되어주었다. 우리는 누구나 죽음을 피할 수 없고, 언제 맞이할지도 알 수 없다. 하지만 죽음을 직시하는 연습을 통해 삶의 방향과 속도, 그리고 목적을 명확히 설정할 수 있다.

책을 읽기 전에는 하루하루를 살아낸다는 느낌으로 버텼다면, 이제는 하루하루를 선택하며 살아가고 있다. 여전히 바쁘고, 여전히 해야 할 일이 많지만, 그 안에서 나의 시간과 감정, 관계, 가치에 우선순위를 두는 법을 배우고 있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용기를 통해, 더 나다운 삶을 선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오늘도 나는 여전히 그 질문을 마음에 품고 산다.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면, 무엇에 시간을 쓰고 싶은가?” 이 질문이 내 하루를 조금 더 명확하게,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들어준다. 그리고 언젠가 진짜 마지막이 왔을 때, 나는 조금 더 후회 없는 눈빛으로 하루를 돌아볼 수 있을 것이다. 매일 나는 죽음에 직면하면서 새로 태어난다는 것을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