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후기

'돈의 감정' 읽고 느낀점

goods1214 2025. 6. 28. 23:33

‘돈’이라는 감정의 거울을 마주하다

'돈의 감정'을 처음 읽게 된 건, 평소에 "돈은 숫자에 불과하다"라고 생각했던 내 태도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계기였다. 나는 나름대로의 소비 기준을 가지고 있다고 믿고 있었다. 가계부도 쓰고, 충동구매는 줄이려 노력하고, 월급날마다 정해진 비율로 저축도 했다. 하지만 정작 돈을 쓸 때 어떤 감정을 느끼는가에 대해서는 한 번도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누군가 나에게 “당신은 돈을 쓸 때 행복한가요?”라고 묻는다면, 선뜻 대답할 수 없을 만큼 무감각했다.

'돈의 감정'의 저자 켄 혼다는 일본 출신의 자산가이자 ‘부에 이르는 감정의 길’을 이야기하는 인물이다. 그는 이 책에서 단순한 재테크나 소비 습관이 아닌, 돈에 대한 감정 태도가 우리의 삶과 부를 어떻게 형성하는가를 집요하게 파고든다.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우리가 돈을 쓸 때 감정의 흔적이 남는다는 이야기였다. 기분이 좋을 때 하는 소비와 스트레스받았을 때의 소비는 결코 같지 않으며, 같은 금액을 써도 누군가는 가벼워지고, 누군가는 불안해진다는 것이다. 이 문장을 읽고 나는 문득, 지금까지의 소비가 내 감정 상태에 어떤 영향을 미쳐왔는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나는 실험처럼 ‘소비 감정 일기’를 써보기로 결심했다.

돈의 감정을 읽고 돈을 사용할때 달라진 나

소비는 숫자가 아닌 감정이다

일기를 쓰기 전, 나는 먼저 최근 한 달간의 소비 내역을 쭉 훑어보았다. 카드 내역서와 가계부를 다시 보며 어떤 항목이 있었는지 체크하는데, 재미있는 점은 사용한 금액보다도 그때의 감정이 거의 기억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편의점에서 13,000원을 썼던 날이 있었는데 왜 그렇게 많이 썼는지, 무엇을 샀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 하지만 3개월 전에 친구와 저녁을 먹으며 2만 원 남짓 쓴 날은 감정이 또렷하게 떠올랐다. 나는 이 차이가 단순히 소비 규모의 문제가 아니라, 감정이 함께 소비에 묻어 있느냐 아니냐의 차이라는 것을 조금씩 느끼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는 소비를 할 때마다 ‘무엇을 샀는지’와 함께 ‘그 순간 어떤 감정이 있었는지’를 일기에 적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어색했다. “오늘 우유 1잔 1,200원. 기분은 좀 가라앉아 있었다. 아침부터 상사에게 꾸지람을 듣고 나니 뭔가라도 사야 할 것 같았다.” 이렇게 기록하고 나니, 단순히 커피를 산 게 아니라 위로를 샀던 것임을 알 수 있었다. 또 어떤 날은 “택시비 19,000원. 늦지 않으려고 탔다. 초조했고, 시간에 쫓겼다.”라는 식으로 적었다. 하루하루의 소비가 그날의 감정 지도를 그려주었다. 나는 돈을 어디에 썼는지가 아니라, 어떤 마음 상태에서 썼는지가 진짜 중요한 정보라는 걸 실감했다.

 

감정 기록은 소비 습관을 바꾼다

‘소비 감정 일기’를 2주 정도 쓰면서, 나는 큰 깨달음을 하나 얻었다. 바로, 감정이 불안하거나 피로할수록 소비가 증가한다는 것이다. 특히 스트레스를 받는 날은 불필요한 배달 음식을 시키거나, 평소라면 그냥 지나쳤을 쇼핑몰에서 옷을 주문하는 경우가 많았다. 반대로 기분이 안정적이고 하루 일정이 잘 흘러간 날은 소비도 절제되어 있었다. 이건 단순한 우연이 아니었다. 소비는 언제나 내 감정의 출구였고, 그 감정을 인정하지 않으면 ‘합리적 소비’라는 포장 속에 비이성적인 소비가 숨어 있게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후부터는 소비 전, 아주 짧은 질문을 하나 던지게 되었다.
“지금 내가 뭔가를 사고 싶은 이유는 감정인가, 필요인가?”
이 질문 하나만으로도 많은 소비가 걸러졌다. 예를 들어 퇴근 후 피곤해서 또 배달앱을 켰지만, "이건 배고파서가 아니라 위로받고 싶어서 켠 거야"라는 걸 인식하게 되면, 다시 조용히 앱을 끄고 물 한 잔을 마시는 식이다. 물론 모든 소비를 감정적으로 억제하자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그 소비의 동기를 스스로 자각하고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내가 돈을 통제하고 있다는 감각이 생겼다. 이 감각은 단순한 절약 이상의 자기 신뢰를 회복하게 해 주었다.

돈에 ‘고마움’을 담기 시작하다

'돈의 감정'에서 가장 유명한 문장이 있다.

"돈을 보낼 때마다 고맙습니다라고 말하세요, 돈은 어느새 웃으며 다시 돌아옵니다"

이 말이 처음엔 다소 낭만적으로 들렸다. 하지만 감정 일기를 꾸준히 쓰며 소비의 결이 달라지자, 이 말이 조금씩 실감 나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카드 결제를 하면서 ‘또 나갔네…’ 하고 아쉬워했지만, 이제는 “이 지출이 내 삶을 어떻게 만들었는가”에 집중하게 되었다. 커피 한 잔을 마시며 기분이 나아졌다면, 그 4,000원은 단순히 돈이 아니라 내 하루의 질을 높여준 정서적 지출이었다. 그렇게 소비 하나하나에 ‘고마움’을 담다 보니, 지출이 줄어들지는 않아도 불안감이 현저히 줄었다.

나는 여전히 돈을 쓴다. 하지만 이제는 감정 없이 쓰지 않는다. 감정을 알고, 기록하고, 정리한 뒤에 쓰는 돈은 나에게도 의미가 다르고, 되돌아올 때도 똑같이 다르게 느껴진다. 때때로 나는 예전처럼 스트레스를 소비로 해소하려는 충동이 들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다시 감정 일기를 꺼내 적는다. ‘지금 이 감정은 소비로 위로받을 수 있는가?’ 대부분의 경우, 답은 ‘아니다’였다. 감정은 느껴야 해소되고, 돈은 감정의 도구가 아닌 삶의 친구가 되어야 한다는 것. 그걸 『돈의 감정』과 이 감정 소비 일기가 나에게 알려주었다.

이제 나는 매달 말일에, 한 달치 소비와 감정을 함께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그것은 회계가 아니라, 내 삶의 감정 대시보드를 보는 시간이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오늘 쓴 점심값과, 그 돈을 쓰며 들었던 감정들을 적어보았다. 숫자보다 중요한 건 마음이다. 결국 돈을 통해 나를 이해하는 방법은, 나를 통해 돈을 바라보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 일은 지금도, 천천히 나를 바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