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후기

'회복탄력성'을 읽고 일상의 감정을 변화시키다

goods1214 2025. 6. 26. 08:19

감정에 휘둘리던 퇴근 후의 일상

퇴근길은 늘 한숨으로 시작됐다. 업무 스트레스, 사람과의 갈등, 해결되지 않은 과제들이 머릿속을 점령한 채 집으로 돌아오면 몸은 물론 마음까지 지쳐 있었다. 하루 종일 쌓인 피로는 단순한 육체적 고단함을 넘어 감정적으로도 큰 파도를 만들어냈다. 특히 반복되는 야근이나 비효율적인 업무 지시, 불필요한 회의가 이어진 날이면, 집에 도착한 후에도 마음속에선 분노와 자책이 동시에 일렁였다. “왜 그렇게 말했을까, 내가 왜 참았을까”와 같은 생각들이 머리를 맴돌고, 결국 저녁 시간 내내 휴대폰만 들여다보다 그대로 잠드는 날이 많았다. 이런 날들이 반복되면서 점점 자존감은 낮아졌고, 퇴근 후 시간이 더 이상 회복의 시간이 아니라 감정 소비의 시간이 되어버린 느낌이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오히려 아무것도 못하는 상태가 계속됐다.

그런 무기력의 끝자락에서 나는 『회복탄력성』이라는 책을 만나게 되었다. 처음에는 그저 심리학 책 한 권 읽어보자는 가벼운 마음이었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나에게 깊은 울림을 주는 문장들이 등장했다. 특히 “스트레스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스트레스를 다루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말은 큰 전환점을 제공했다. 내가 힘든 이유는 스트레스가 있어서가 아니라, 그것을 건강하게 해소하거나 다룰 수 있는 힘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깨달음이 찾아왔다. 감정의 주도권을 되찾고 싶었다. 퇴근 후가 단순한 방전의 시간이 아니라, 나를 회복시키는 시간으로 변화하길 바랐다.

 

회복탄력성을 읽고 실생활에서 적용 후 느낀점

루틴 설계의 출발점은 '작은 것부터'

'회복탄력성'은 감정의 회복력을 키우는 다양한 방법을 소개했지만, 그중에서도 내게 가장 와닿았던 부분은 ‘루틴을 통한 감정의 안정화’였다. 하루하루 기분에 따라 변덕스럽게 반응하는 삶이 아니라, 내면에 중심을 잡고 살아가려면 일정한 패턴, 즉 루틴이 필요하다는 말에 깊이 공감했다. 그래서 나는 퇴근 후 2시간을 ‘감정 리셋 시간’으로 설정하고, 작은 습관부터 실험적으로 적용해 보기로 했다.

루틴을 설계하는 데 있어 가장 먼저 고려한 것은 '감각을 안정시키는 활동'이었다. 퇴근하자마자 불을 은은한 조도로 바꾸고, 휴대폰을 비행기 모드로 전환했다. 그리고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시는 것으로 루틴을 시작했다. 단순하지만 이 작은 행위가 내게 주는 신호는 분명했다. ‘이제 업무는 종료되었고, 감정을 돌보는 시간이다’라는 선언 같은 것이었다. 다음으로는 짧은 명상과 호흡 훈련을 추가했다. 책에서 추천한 4-7-8 호흡법(4초 들이마시고, 7초간 멈췄다가, 8초간 내쉬는)을 매일 3세트씩 연습했다. 처음에는 별 효과가 없는 듯 보였지만, 일주일쯤 지나자 점점 퇴근 후 머릿속이 더 빨리 정리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후에는 가벼운 스트레칭과 간단한 저널링을 루틴에 더했다. 특히 저널링은 하루 동안 느낀 감정을 솔직하게 써 내려가는 시간을 의미했는데, 예상보다 큰 효과를 보았다. 감정을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글로 ‘정리’하는 과정에서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었고, 감정의 무게가 훨씬 가벼워졌다. 이처럼 루틴은 거창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오히려 작고 단순할수록 매일 지속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실히 느꼈다.

 

일상화의 어려움과 변화의 저항

 

물론 모든 과정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루틴을 만들고 나서도 몇 번이고 중간에 흐지부지될 뻔한 순간이 있었다. 특히 일이 너무 힘들었던 날이나 감정적으로 지친 날에는 차 한 잔조차 우려내기 싫었다. ‘그냥 누워서 넷플릭스나 볼까’, ‘오늘만 좀 쉬고 내일부터 다시 하지 뭐’라는 유혹이 마음 한편에서 속삭였다. 회복탄력성을 키우기 위한 루틴이 오히려 새로운 의무처럼 느껴지는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이럴 때마다 『회복탄력성』의 한 구절이 나를 붙잡았다. “감정의 주인은 내가 되어야 한다. 감정은 느끼는 것이지, 휘둘리는 것이 아니다.” 감정이 루틴을 좌우하는 것이 아니라, 루틴이 감정을 다룰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말이었다. 그래서 완벽히 실천하지 못한 날에도 ‘부분 실천’을 시도했다. 모든 루틴을 지키지 못하더라도, 차 한 잔만 마시고 하루를 마무리하거나, 호흡 훈련만 해도 괜찮다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중요한 것은 ‘끊기지 않는 흐름’이었다.

그리고 루틴이 정착되기까지 약 한 달이 걸렸다.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매일 같은 행동을 반복하면서, 내 뇌와 몸은 점점 ‘이 시간이 되면 이제 진정할 시간’이라는 학습을 시작했다. 어느 날부터는 자연스럽게 저녁 7시쯤 되면 스마트폰 대신 노트를 꺼내 들고, 조명을 낮추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완벽함을 버리는 용기’였던 것 같다. 처음부터 거창하고 복잡하게 만들었다면 결코 유지할 수 없었을 것이다. 처음 시작할 때는 가볍게 진행해 보자.

 

루틴이 만든 감정의 보호막 

이제 퇴근 후의 나는 예전과는 다르다. 여전히 일은 벅차고, 스트레스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감정을 끌고 가는 중심이 생겼다.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는 감정을 ‘해소’하는 방식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이전에는 분노나 불안을 무조건 억누르거나 회피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 감정을 마주 보되, 내가 그것에 휘둘리지 않도록 하는 기술을 스스로 연습하고 있다. 루틴은 단순한 습관의 집합이 아니라, 감정의 보호막이 되어주었다. 

특히 저널링과 호흡 훈련은 예상보다 강력한 자기 조절 도구로 자리 잡았다. 하루에 단 10분, 20분 투자하는 것만으로도 머릿속이 맑아지고, 마음이 정돈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루틴을 지속한 지 3개월이 넘어가자, 주변 사람들도 나의 변화를 느끼기 시작했다. “요즘 표정이 편안해졌어”, “예전보다 감정 기복이 덜한 것 같아”라는 말을 듣고 나서야, 내가 만든 루틴이 단순한 심리 위안이 아닌 실제적인 회복 효과를 가지고 있음을 확신하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이 루틴은 단순히 감정을 조절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나의 삶의 방향까지 다시 조율하게 만들어주었다. 감정이 건강해지니 생각이 건강해졌고, 생각이 건강해지니 행동도 달라졌다. 일에 대해 너무 과몰입하지 않게 되었고,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좀 더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회복탄력성』이 알려준 진짜 교훈은 ‘삶의 크기는 감정을 다루는 능력에 비례한다’는 것이다. 퇴근 후 감정 리셋 루틴은 나를 더 나은 하루로 이끌어주는 가장 든든한 자원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