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에 대한 몰입, 누구에게나 가능한 일일까?
우리는 대부분의 시간을 일에 쓰면서도 ‘일하는 중에 집중하고 있다’는 느낌을 잘 받지 못한다. 업무가 산만하게 흘러가고, 긴 하루가 끝나도 “도대체 내가 뭘 했지?”라는 허무함만 남는 날이 많다. 내 일상이 그랬다. 일은 쌓이고, 집중은 안 되고, 시간은 흘러가는데 성과는 늘 제자리였다. 그러던 중 ‘몰입(flow)’이라는 개념을 접하게 되었다.
『몰입』의 저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는 몰입을 “시간 가는 줄 모를 만큼 완전히 빠져드는 상태”라고 설명한다. 그 상태에서는 고통도, 불안도, 심지어 시간 감각조차 사라진다. 그리고 그런 몰입 경험을 반복한 사람들은 삶 전체에 더 큰 만족감을 느낀다고 말한다. 처음엔 이론처럼 느껴졌지만, 이 책을 계기로 ‘몰입’을 나의 일과 루틴에 실제로 적용해 보자는 도전을 시작했다. 직장인도 몰입을 설계할 수 있는지, 그리고 몰입이 내 업무에 어떤 변화를 줄 수 있을지를 체험하고 싶었다.
몰입을 위한 업무 환경 정비 – 방해요소 차단
내가 책을 읽으며 가장 먼저 실천한 것은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를 제거하는 일이었다. 업무 시간 동안 나를 가장 많이 방해하는 건 메신저 알림과 불필요한 회의, 그리고 습관처럼 켜는 유튜브와 뉴스 사이트였다. 『몰입』은 주의를 흐트러뜨리는 요소를 적극적으로 제거해야 몰입이 시작된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나는 업무 중 휴대폰을 비행기 모드로 설정했고, 브라우저에는 웹 차단 확장 프로그램(StayFocusd)을 설치했다.
또 하나는 업무 일정의 리듬을 재설계한 것이었다. 기존에는 1시간 단위로 회의와 업무가 마구 섞여 있었는데, 책을 읽고 나서는 하루 중 가장 집중력이 좋은 오전 9시부터 11시까지를 ‘몰입 구간’으로 지정했다. 이 시간 동안은 어떠한 회의나 외부 요청도 받지 않았다.
이 구간을 지키는 것이 처음에는 어렵게 느껴졌지만, 사흘 만에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업무 시간이 짧아졌음에도 오히려 성과가 더 좋아지고, 잔업이 줄었다. 동료에게도 “일처리가 정확해졌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환경만 잘 정리해도 몰입 상태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걸 처음 체험했다.
도전-능력 균형 맞추기 – 쉬운 일은 몰입을 방해한다
'몰입'에서는 너무 쉬운 일은 지루함을 만들고, 너무 어려운 일은 불안을 만든다고 한다. 진짜 몰입은 그 중간, ‘조금 어렵지만 해볼 만한’ 과제에서 발생한다. 이 개념은 특히 업무에 적용하기 좋았다. 나는 기존에 일의 중요도와 급한 순서대로만 업무를 정리했지만, 몰입을 실험하면서 난이도 기준으로도 업무를 분류해 보았다.
예를 들어, 반복적인 메일 정리나 시스템 점검 같은 일은 나에게 너무 쉬워서, 자동적으로 ‘건성’으로 처리하게 된다. 이런 일은 몰입과 거리가 멀다. 반면, 새로 도입되는 제품 매뉴얼을 분석하고 기획안을 쓰는 일은 나에게는 약간의 스트레스를 주지만 동시에 흥미와 성취감을 주는 도전이었다. 이처럼 나에게 몰입감을 주는 일은 능력을 80%쯤 쓰게 만들고, 20%는 스스로 학습하게 만드는 유형이었다.
몰입 실험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특정 프로젝트 제안서를 쓰던 날이다. 팀장에게 제출할 마감일보다 하루 먼저 스스로 기한을 정하고, 회의 일정을 조정하고, 집중 타임을 따로 확보했다. 결과적으로 3시간 동안 거의 한 번도 자리를 뜨지 않고 작성했고, 시간 감각조차 사라졌다.
그때 느꼈다. 몰입은 운 좋게 찾아오는 상태가 아니라, 과제의 난이도와 시간 설계, 내 감정 상태를 조율함으로써 스스로 만들어내는 일이라는 것을.
내적 보상 설계 – 몰입을 습관으로 바꾸기
몰입을 일시적 경험으로 끝내지 않기 위해 나는 마지막으로 ‘몰입 회고 노트’를 쓰는 습관을 만들었다. 하루 업무가 끝나면, 그날 얼마나 집중했는지, 어떤 일에 가장 몰입했는지, 어떤 방해 요소가 있었는지를 짧게 기록했다. 이 과정은 단순한 메모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자기 강화 루프를 만드는 핵심 도구였다.
예를 들어, 회고를 하면서 ‘오늘 오전에는 잡생각이 많았지만, 특정 분석 업무에서 집중이 잘 됐다’는 내용을 적으면 다음날 비슷한 업무를 오전에 배치하게 된다. 이는 몰입을 반복 가능하게 만든다.
또한 업무 외에도 독서나 글쓰기 같은 활동에 몰입한 기록도 함께 남겼다. 이 기록을 한 달쯤 모아보니, 나는 데이터 기반 분석, 글쓰기, 도표 정리 등에서 몰입을 자주 경험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반면 반복적인 전화응대나 단순 정리 업무에서는 집중이 떨어졌다. 이렇게 나를 이해하고 설계하는 것이 몰입 지속의 핵심이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변화는 ‘성과가 아닌 과정 중심의 성취감’을 느끼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전에는 상사 평가나 결과 중심의 만족감에 기대어 일했지만, 몰입을 통해 ‘내가 지금 잘 살아내고 있다’는 감각을 얻었다. 이 변화는 내 자존감에도 큰 영향을 줬다. 몰입은 결국 ‘내가 나에게 주는 작은 선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몰입은 누구에게나 가능하다. 다만 ‘설계’가 필요하다.
'몰입'을 읽고 업무 루틴을 재설계한 이 경험은 단순한 생산성 향상이 아니라 삶의 질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몰입은 대단한 천재들이나 예술가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누구든 환경을 정비하고, 업무 난이도를 조절하고, 내적 보상을 설계하면 충분히 반복 가능한 상태가 된다.
물론 하루 종일 몰입 상태를 유지할 수는 없다. 그러나 하루 1~2시간만 몰입해도 업무 성과뿐 아니라 감정의 질이 완전히 달라진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오늘 단 1시간, ‘몰입 구간’을 만들어 보기를 권한다. 알림을 끄고, 집중할 수 있는 일을 한 가지 정해, 스스로에게 선물처럼 몰입을 허락해 보자.
그리고 그 경험을 하루의 기록으로 남긴다면, 당신도 분명 몰입을 루틴으로 삶을 더욱 농밀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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